전체 글67 시의 고쳐 쓰기 어쨌든 시를 쓰는 시간이나 장소, 용구 따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일단 달려들면 끝을 내는 경우가 많으므로, 내게는 거의 초고가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마침 서랍을 정리하다 본즉 헌 노트에 「목도(木島) 」 라는 시의 초고가 남아 있어 소개할까 한다. 한 작품을 여러 번 고쳐 쓴 것이어서, 시작의 실제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것 같다. 연작시 달삼국유사를 주소재로 한 연작시 달은 즈믄 가람에 중의 한 편으로, 연작을 처음 쓸 무렵이라. 내딴에는 무척 공을 들여 다시 고쳐 쓰기를 되풀이한 것이다. 그럴 것이 이제까지와의 시세계와는 전혀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은 의욕에 휘말려 들었기 때문이다. 「목도」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는데, 신라때의 충신 박제상(朴堤上)에 관련된 작품이다. 처음에는 연작시의 첫 작품으로 .. 2024. 11. 8. 외적 조건을 넘어선 시 창작의 본질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선 이미지라든가 테크닉이라든가에 대한 여러 가지 경험과 정보도 필요하겠지만, 외적인 조건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소리가 있다. 사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러한 것에 큰 영향을 받는다. 언젠가 내 시작에 있어서의 장소라든가 시간 따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쓴 글이 있다. 신인 때의 일이지만 이 책의 성격상 그때의 글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와 일상의 경계에서 떠오른 영감나는 영등포 한구석에서 출발해 (신도림동에 살던 때다) 도심지의 어느 출판사에 나가 일을 보고 다시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간다. 이 왕복시간은 대개 3시간 정도이다. 이 시간에는 그저 차에 탄 채 하품이나 하는 게 일이지만 그래도 한 시간 정도는 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무심.. 2024. 11. 7.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의 여정 – 시인의 내면을 그리다 시란 무엇일까. 문학 이론과 작품을 헤매며 나름의 답을 찾아보려 했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한 편의 시는 내가 붙인 이름 속에서 새로운 의미로 태어나며, 그 이름이 가진 울림 속에 사물의 본질이 서서히 드러난다는 것을. 시가 시작되는 그 순간, 나는 다시금 사물과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시, 이름을 부르는 예술의 시작문학에 대한 갖가지 이론과 작품, 그리고 그 중의 한 자리를 차지한 시와 그에 대한 구구한 논의를 읽어나가는 동안, 내 혼란된 머리는 서서히 정상을 되찾기 시작하였고, 사물에 대한 내 눈길도 전과는 많이 달라지게 되었다. 어느새 나는 하나의 사물이란 누군가 불러주는 이름에 의해 새로이 태어나게 되는 것임을 깨닫고, 내가 붙여야 될 이름. 그것을 부르는 내 목소리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그것.. 2024. 11. 6. 시창작의 과정과 실제 시란 무엇인가. 시는 어떻게 써야 좋은 시가 되는가. 시를 쓰고 고치는 데 왕도는 없는가. 이 끝없는 의문을 풀기 위해서 시가 있고 오늘도 누군가 어디서 시를 쓰고 있는 것이지도 모른다.시에 대한 정의는 그런 대로 앞장의 「시란 무엇인가」와 뒤의 「시학의 날개에 자세히 밝혀놓았기에 사람에 따라서는 그 중 하나의 명제에 동의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설사 그곳에서 마음에 드는 명제를 찾지 못했다면 시에 대한 정의는 오류의 역사이며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라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 시창작의 여정시창작 실기라는 또하나의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시창작 소프트에서 가능한 대로 시창작 실기에 필요한 것을 망라해 보았지만 그 글만으로 시창작의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그로써 문제가 풀린다면 그것은 오히려 시에 대한.. 2024. 11. 5. 내재율의 여운과 자유시의 탄생 좋은 시는 그에 걸맞는 가락을 지니고 있다. 그런 시를 소리내어 읽다보면 가슴의 응어리가 확 풀리거나 절로 신바람이 난다. 소리의 길이와 높낮이가 어울려 지어 내는 가락의 힘이 아닐 수 없다. 주자(朱子)의 말을 빌면 소리란 기(氣)의 성질을 지니고 있고, 사람은 기(氣)와 이(理)의 성질로 이루어져 있다 한다.사람의 기(氣)와 소리의 기(氣)가 어울릴 때 이(理)가 그것을 받아들이면 쾌감을 자아내는 악음이 되고 물리칠 경우에는 불쾌감을 빚어 내는 소음이 된다고 한다. 노래란 바로 이 (理)의 받아들임인데, 노래에서 비롯된 시는 이(理)의 바탕을 이루는 정신을 추구한 결과인 만큼, 지금에 와서도 가락이 시의 한 기능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많은 시인들은 그러한 가락을 자아낼 수 있는 시문.. 2024. 11. 4. 시의 첫머리, 창작의 시작을 여는 힘! 영감과 표현의 예술 시의 첫머리와 영감 모든 창작예술의 경우, 제일로 고심하는 것은 첫머리를 어떻게 풀어 나가느나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시와 같은 문자예술의 경우에는 오로지 단어가 갖는 의미만으로 독자와 마주 대하는 첫머리라서 더욱 힘이 든다. 무애 양주동은 언젠가 장편소설을 쓰고자 원하였으나, 첫머리의 중요성을 절감한 나머지 세계명작의 첫머리를 수집하다본즉 맥이 빠지고 말았다는 실토를 하고 있다. 문장의 첫 구절글 쓰는 이는 누구든지 경험하는 일이겠지만 글에 있어서 최초의 1구같이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최초의 1구-이것을 얻기 위해서 말하자면 모든 문장가의 고심초사는 자고로 퍽 큰 듯 보이고, 그만큼 이 1구는 문장의 가치에 대해서도 결정적인 세력을 가지고 있다.백 사람의 문장가를 붙들고 물어 본다면, 그 중에 여.. 2024. 11. 3. 이전 1 ··· 6 7 8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