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대 이상(李箱) 이후 시의 실험양상은 50년대의 「후반기」 동인에 의한 모더니즘 계보 잇기에서 주력화되는데, 「후반기」 동인 중에서도 조향에 의한 현대성 담지의 실험자세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후반기」 동인의 주력 멤버였던 조향은 40년대 초부터 「일본시단」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현대시를 위한 실험주의를 시도하였다.
때문에 그의 시는 형태시 면에서도 독특한 실험성을 보이고 있는 등, 다양한 실험시를 보인다.
형태시로서의 실험성
형태시로서의 실험성과 더불어 그의 시를 위한 다양성은 동양의 고전을 비롯하여 서구 시인들의 시를 인용 차용하는 등의 패러디적 담론을 많이 활용하는 데서도 확인된다. 특히 조향은 시의 내용적 측면보다는 외형적 실험에 보다 주력한 관계로 '시를 위한 실험'이기 보다는 '실험을 위한 실험'의 자세에 치우친'실험주의'를 보임으로써 시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지만, 그의 실험주의만은 성공했다는 역설 아닌 역설을 성립시키고 있다.
따라서 조향 시의 전위성은 정신적 층위가 반영된 것이기 보다는 시의 형태적 측면에서 성립된 파격이 우위인 관계로, 전통의식의 파괴로서 모더니즘이기보다는 전통 시 형태의 파괴로서 모더니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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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MENU 전문
위 시에서는 하루동안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을 메뉴라는 어휘에 비유하였는데, 의미병치에 의한 대표적 실험시라고 하겠다. 그 실험시는 단순히 반시를 위한 실험의 장치를 떠나서, 시장르의 최소 의미소인 발화구조 조차 파괴하여 시의 장르적 특성자체를 패러디하였다. 즉시적 발화구조에 의한 시가 아니라, 분절된 단어들의 의미병치에 의한, 특히 시각적 효과조차 의도한 장르 패러디인 것이다.
언어적 꼴라쥬
조향은 그의 시에서 영어, 불어, 독어, 한자, 한글 등 알고있는 모든 언어를 동원하였는데, 각국의 언어를 한 편의 시에 모두 실험한 것은 지구 위에서 하루에 사용되는 세계각국의 언어들을 통해서 지구촌의 하루를 드러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언어적 꼴라쥬를 통해서 조향은 모국어만에 의한 표현의 한계성을 타파하기 위한 의도뿐만 아니라, 언어가 이제 수단이 아니라 언어유희로서 목적이며, 스타일 실험이 내용, 의미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도한 것이다.
특히 '아달린, 질주'는 이상의날개와 오감도를 대표하는 언표이므로, 조향을 비롯한 50년대 모더니스트들의 언어감각, 현대성 등은 이상의 그것에서 멀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시킨다. 또 이상이 띄어 詩와 거울 쓰기를 무시한 것을 비동일화 측면에서 패러디하여 조향은 오히려 구둣점을 문장- 완성된 문장도 없지만, 중간중간에 의도적으로 장치하고 있어서 호흡의 정지와 함께 생각할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모든 언표의 전체적 분위기가 파괴된 이미지들에 의한 파편성을 드러내고 있는데, 결국은 이를 통해 폐허의 현대를 시각적 효과로서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언어실험의 극미를 발한 송욱
송욱 시에서 실험양상은 최초 시집 「유혹」의 세계보다는 何如의 세계에서 두드러진다. 송욱의 개인사적 측면에서 볼때 「하여지향」시의 해체적 양상은 그의 「유혹」의 세계에 대한 반작용으로도 볼 수 있으며, 또한 역사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시의 '낯설게 만들기'를 위한 형식주의적 실험에서 한자와 우리 말의 혼용으로 이루어진 '동음이의어형 유음중첩형 음성상징형' 등의 언어유형은 언어형태소로 볼 때 언어의 유희성을 강화하였으며, 언어의 의미소 측면으로 볼 때는 은유 내지 아이러니 장치를 강화하여 의도한 의미를 왜곡시켜 담고자하였다.
이러한 언어유형, 단어들의 비유 특성은 '자기비하 과장 비꼼. 야유' 등의 시각을 담고 있어서 시의 미학적 측면에서 희극미를 강화한다. 특히 희극성은 시대현실이 희극적 상황이 아니라 비극적일 때 더욱 강화되며, 이 점은 시어의 유희성과 연결된다. 리얼리즘 문학이 상황이 비극적일 때 그 비극성을 객관적 사실로서 진지하게 보여준다면 모더니즘 문학의 한 특성은 그 동일한 상황에서도 개인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의한 내적 질서가 이와 같은 실험의 방법적 요소로 나타난다. 특히 시적 효과로 나타난 희극성은 시인과 텍스트의 퍼소나와의 거리에 비례하여 그 희극의 정도가 나타나는데, 그러나 시인의 실제 詩와 時論
내면은 텍스트에서 보여준 것처럼 희극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허무하거나 회의적이지만, 시적 장치는 희극적인 것이다.
30년대 이상이 주로 자기풍자의 시각으로서 시의 해체를 구사했다면, 송욱은 대상풍자, 상황풍자, 사건풍자 등 객관적 대상을 풍자하여. 또 그 풍자의 장치로는 언어유희를 통해서 시의 해체를 구사했다. 이상과 달리 송욱은 전통지향 및 질서 지향의 세계를 보임으로써 시의 형식적 층위에서는 전위적이었지만 정신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고전적 세계관을 보인다. 이는 폐허화된 50년대의 현실이 산출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歡迎니힐리야/말하자면/말이行動이 아니다/뜻할니힐듯 말듯/눈 코를 뜨는 사이/星座에 앉아/땅을 훔켜쥔다/갈 데가 없는대로 [좀]가야만 [제발]쯤 사면/자르면 붉고/썩으면 검은 것하는/하늘처럼 하늘대는/하얀 꽃이/구유통에 태난 어린이가/밥이 돌이고/돌이 밥이라고/생각도 느낌도 없는 符號가 숨쉬는데 같은 가/호랑이처럼/날뛰며 덤벼드는 꿈을 잃었다./아아 바다여 바다여!/-중략<何>일부
연 구분 없이 총 76행으로 구성된 이 시는 파편같은 단어의 나열에서 가시적으로 구조의 무질서, 곧 사회의 무질서에 대한 형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단지 보여주는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시적 무질서한 현실 앞에서 인간들이 정신적 질서마저 잃어버린 혼돈의 상황을 통하여 궁극의 지향해야 할 세계를 암시한다.
의도적인 실험성이 강화된 송욱 시는 물론 독자에게 서정시가 지닌 감성의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실험성이란 초월적 감성의 세계에서 빚어진 것이 아니라, 현실 비판의식 또는 현실을 대하는 날카로운 이성에서 형성되는 의도성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실험시란 감성에 호소하詩와 거울 는 감동은 약할지라도, 난해성으로 인하여 독자의 머리를 질타하는 현실 질서 거부 및 그 깨트림의 효과가 강력한 것이다.
물론 송욱은 그의 후기시에서는 이와 같은 풍자성이 짙은 실험시를 떠나 자연질서에 기대인 동양적 시정신을 보여준다. 이는 실험이란 곧 시인 개인에게 있어서 그의 성숙도에 비례하여 변화될 수밖에 없는, 즉 계속될 수 없는 성향임을 확인해준다. 실험의 양상이 현실상황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만, 개인적 차원에서 시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계속되는 실험은 개인의 내면을 황폐하게 하는 결과를 빚기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창조적 도상에 선 시인은 새로운 시의 세계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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