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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35

현대 서정시 속 일출의 상상력 90년대 중반인 현재, 시의 방향성 내지는 경향을 서정화라고 흔히 일컫는다. 시의 서정화란 서정시의 본래적 성격, 즉 개인의 성찰적 내면탐구에 있다는 의미이리라. 이러한 서정성의 경향은 어느 시대에나시장르의 중심이 되어왔음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단지 그 시대의 정치·사회적 성격에 따라서 사회 표면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거나, 아니거나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또 달리는 시대의 성격에 따라서 서정성의 분화가 있어왔다. 먼저 이러한 서정성의 분화가 이룩한 시의 장르적 구분으로 현대의 해체적 징후를 점검해 보고자 한다. 비판의 상상력, 현대적 서정볼프강 카이저는 서정시를 체험서정시와 사상서정시로 나누었다. 체험서정시란 우리 시사에서 소월시가 그 주축이 될 것이고, 사상서정시에는 만해의 시가 적용될 .. 2024. 11. 13.
21세기의 인문주의로서 문학의 기능 이즈음의 문학현상을 칭하여 흔히 연대기적 표준에 준하여 세기말의 문학현상이라고들 한다. 시간의 기준에 준하여 문학의 독특한 현상이 돌출된 것은 아닐테지만, 어쨌거나 세기말이라는 시점에 준하기라도 하듯이 문학적 특성 역시 세기말적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기말적 문학 현상을 말하기 전에 먼저 세기말적 사회현상을 살펴보면, 후기산업사회라는 현상 속에서 탈인간화의 징후와 그에 준한 물질중심 및 대중매체 중심의 사회구조가 펼쳐지고 있다.  소비 사회에서 문학의 몰락, 예술에서 상품으로 변모하는 문학물질 및 대중매체 중심의 사회구조는 인간을 생산주체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소비주체로 이끌면서 인간중심 및 인간간의 관계를 마모의 상태로 몰아간다. 이때 인간은 소비주체이면서 동시에 소비를 위한 객체가 되.. 2024. 11. 12.
고전, 찌꺼기일까?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영원한 진리의 답안인가! 고전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두 가지 상반된 느낌을 갖게 마련이다. 하나는 곰팡이 냄새나는 낡은 이야기들이고, 다른 하나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삶의 진실을 가리킨다. 고전에 대한 서로 달라보이는 두 가지 느낌은 실상 같은 뜻의 반대 표현일 뿐이다. 제환공과 윤편의 대화 속 숨겨진 통찰고전에 대한 고사로는 제환공과 윤편의 대화가 인구에 회자된다. 춘추전국시대의 제나라 환공이라는 임금은 어느날 대궐을 둘러보다가 윤편이라는 목수가 수레바퀴를 고치는 걸 보게 되었다. 환공은 수레바퀴의 바퀴살이며 축을 가로질러 끼는 구멍 같은 걸 새삼스레 눈여겨 보았다. 노상 수레를 타고 다녔지만, 수레를 굴리는 바퀴에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목수의 재빠른 손놀림이며 나뭇덩어리가 다듬어지는 과정이 신기로왔지만,.. 2024. 11. 11.
시와 예술의 경계에서, 삶을 향한 아름다운 탐구 시란 곧 삶의 표현이다. 따라서 시를 공부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삶을 향상시키는 일에 다름아니다. 삶이란 무엇인가. 그 삶의 중심을 꿰뚫어보고 그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힘의 원천으로 나는 예술을 자주 거론한다. 다시 말해 시공부를 하기 위해 시를 읽고 배우고 느끼는 일도 중요하지만 같은 뿌리라 할 수 있는 음악이며 미술과 같은 인접 예술과의 만남이 없어서는 안된다.  어떤 예술이 중요한가어떤 예술이 그에게 중요하느냐에는 개인차가 있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림을 들 수 있다. 그림을 통해서 내 영혼이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둣가를 덮어버리고 박물관을 덮어버리고 골짜구니를 덮어버리고 국회의사당을 덮어버리고, 바닷물이 출렁이는 만을 덮어버리고, 이렇듯 천으로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 2024. 11. 10.
끝없이 이어지는 시의 여정: 사물의 이치를 따라 쓰다 천하의 사물은 무궁하고 나의 추측은 유한하니, 내가 이미 안 것을 미루면 '마음 밖에 물건이 없다'고 말할 수 있으나, 내가 미처 모르는 것을 헤아리면 마음 밖에도 수많은 사물이 있는 것이다. 더욱 이미 안것 가운데도 미처 알지 못한 깊은 것이 있으니 아는 것은 실로 얼마 없는 것이다.-崔漢綺의 氣測體義 무궁하고 오묘한 사물의 이치일찌기 어느 옛사람은 바람 소리를 나누어 몇 십 가지로 열거하였지만, 사실 바람 소리가 그러한 세목으로만 끝난다면 세상의 사물이나 이치가 무엇에 필요하랴. 다시 말해 옛사람들이 이름짓고 가름하고 버리는 것이 완벽하다면 뒷 사람의 할 일이 따로 있을 리 없다.그러나 세상의 사물이나 이치란 참으로 무궁하고 오묘하여 사람마다 다 주어진 몫이 있게 마련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생각 아.. 2024. 11. 9.
시의 고쳐 쓰기 어쨌든 시를 쓰는 시간이나 장소, 용구 따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일단 달려들면 끝을 내는 경우가 많으므로, 내게는 거의 초고가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마침 서랍을 정리하다 본즉 헌 노트에 「목도(木島) 」 라는 시의 초고가 남아 있어 소개할까 한다. 한 작품을 여러 번 고쳐 쓴 것이어서, 시작의 실제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것 같다. 연작시 달삼국유사를 주소재로 한 연작시 달은 즈믄 가람에 중의 한 편으로, 연작을 처음 쓸 무렵이라. 내딴에는 무척 공을 들여 다시 고쳐 쓰기를 되풀이한 것이다. 그럴 것이 이제까지와의 시세계와는 전혀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은 의욕에 휘말려 들었기 때문이다. 「목도」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는데, 신라때의 충신 박제상(朴堤上)에 관련된 작품이다. 처음에는 연작시의 첫 작품으로 .. 2024. 11. 8.